최근에는 부부의 성생활이 부부의 일상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자녀계획이 마무리된 후에도 지속적인 성관계를 갖는 경우가 많은데, 원치 않는 아이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그리 만족스러운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피임약이나 콘돔을 사용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부부가 잠자리를 가질 때 남성이 매번 콘돔을 착용하는 것이나 여성이 지속해서 약을 먹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이 될 것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영구적인 피임법이라고 많이 알려진 정관수술을 생각하는 부부들도 많다.

하지만 정관수술을 고려하는 모든 부부가 공통으로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 정관수술을 하면 정말 임신이 되지 않느냐이다. 실제로 예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정관수술 후 임신이 되었다는 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의문을 자아냈었다.

그렇다면 정말 정관 수술을 해도 임신이 가능한 걸까? 이는 어떤 방법으로 수술을 하고, 수술 후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술 방법도 천차만별

시간이 흐를수록 병·의원들의 치료법이나 수술법들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정관수술 역시 전보다 피임률이 높아 많은 부부에게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다. 정관수술은 정자가 밖으로 배출되도록 이동시키는 기관인 정관을 차단해 정자의 배출을 막는 수술법이다. 예전에는 2~3중으로 차단했다면, 현재는 4~5중으로 차단해 정자의 배출을 막는다. 2~3중 차단 만으로도 평생 피임 효과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적은 확률로 묶어둔 정관이 풀려 본인도 모르게 정자가 배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관을 잘라서 묶어주는 것만이 아닌, 자른 단면에 열처리하는 등의 과정을 추가하기도 한다.
 

수술 후 관리도 중요

일반적으로 병원에서는 정관수술을 한 후, 수술 부위의 빠른 회복을 위해 금주, 금연, 그리고 샤워가 가능한 기간 등의 주의사항을 공지한다. 그 중 꼭 전달하는 말은 정관수술 후에도 당분간은 피임을 유지하라는 말이다. 정관을 차단한 후에도 바깥쪽 정관에는 정자가 남아있을 수 있고, 그것으로도 충분히 임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 배출될 수 있을 만한 기간을 공지하고, 피임을 당부한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공지하지 않거나, 환자가 숙지하지 못한 경우에는 정관수술을 받고도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일정기간 동안 피임을 유지하고 그 기간 후에는 병원에 재방문하여, 정액검사를 통해 정자가 배출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관수술을 받는다고 해서 임신의 가능성이 무조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정관 수술이 제대로 되었는지, 수술 후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에 따라 피임 도구 없는 피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보다 안정되고 만족스러운 잠자리를 위해 정관수술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러한 부분들을 충분히 고려할 것을 권장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두진 원장 (비뇨의학과 전문의)